민생 소비쿠폰이 잇는 세대 간 사랑
민생 소비쿠폰이 잇는 세대 간 사랑
저의 친정아버지는 1937년생 소띠로, 올해 아흔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80주년까지 우리나라의 격동적인 현대사를 몸소 겪으신 분입니다. 6·25 전쟁 당시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가족과 헤어져 고아원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나이 많은 형들에게 맞는 것이 싫어 도망쳐 시장 바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며 힘겹게 살아오셨습니다. 배움도, 가진 것도 없이 오로지 악착같이 버텨오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런 아버지께서는 수십 년 전 고된 살림 속에서 치과 치료는 꿈도 꾸지 못하셨고, 싸다는 이유로 '야매' 시술로 어금니와 주변 이를 겨우 때우셨습니다. 그러나 그 '야매' 치료가 지금 와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아버지는 어디가 아프다 말하지 않으시다가 지난달 조심스럽게 치통을 호소하며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버지를 모시고 치과에 갔고, 진찰 결과 노후된 보철물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보철물을 제거하고 새로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다행히 두 개는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했지만, 나머지 한 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뼈 이식도 필요해 비용 부담이 컸습니다. 아버지는 비용 걱정을 아시고 두 개만 하겠다고 고집하셨지만, 구조상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과일도 멍들거나 시든 것을 사 오시고, 중고 세탁기를 사용하며, 오래된 밥을 물로 헹궈 드시는 등 늘 '야매'에 억하심정이 있으셨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걱정하는 마음에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며 병원 치료를 권유했고, 제가 먼저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치과 검진 날, 병원 안내데스크에 붙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문구를 보고 큰 희망을 얻었습니다. 병원에 양해를 구해 카드 결제를 부분 취소하고 소비쿠폰을 사용했습니다. 15만 원의 쿠폰은 큰 도움이 되었고, 남편과 딸도 자신의 소비쿠폰을 기꺼이 내놓아 치료비에 보탰습니다. 특히 스물셋인 딸은 외할아버지 생신 선물 대신 소비쿠폰을 사용하겠다고 하여 가족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이번 소비쿠폰은 저희 가족에게 마치 마법 같은 선물이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께서 '야매' 치료를 벗어나 정상적인 치료를 받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