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산골 어르신 삶을 바꾸다

통합돌봄, 산골 어르신 삶을 바꾸다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군청이 있는 읍에서 차로 40분을 달려야 닿는 산골 마을의 1929년생 박종례 할머니는 매달 의사 방문을 손꼽아 기다린다. 지난 3월 18일, 비가 내리고 안개가 짙게 깔린 날에도 의료진이 직접 할머니 댁을 찾아가 침 치료와 혈압 측정 등 병원과 다름없는 진료를 제공했다. 할머니는 달력에 방문 날짜를 크게 표시해 두고 그날을 기다리는 모습에서 통합돌봄의 진가가 드러난다.
의료 공백 메우는 통합돌봄
횡성군은 65세 이상 인구가 약 40%에 달하는 초고령 지역으로, 산림이 72.2%를 차지하는 산간 지역이다. 읍·면 간 거리가 멀고 교통이 불편해 의료기관 접근이 쉽지 않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병원은 '가기 어려운 곳'이 되었고, 이에 통합돌봄은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중심에 두고 있다. 현재 한의원 3곳과 의원·병원급 의료기관 1곳이 참여해 재택의료, 방문진료, 왕진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돌봄 신청에서 연결로의 전환
기존 복지 서비스는 개별 단위로 제공돼 당사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찾아 신청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통합돌봄은 '무엇이 필요한가'를 먼저 묻고,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연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 횡성군청에서는 공무원, 의료진, 복지 담당자 등 20여 명이 모여 대상자별 지원 계획을 함께 설계하는 통합지원회의를 운영한다. 이 회의는 단순 보고가 아니라 대상자의 건강 상태, 주거 환경, 가족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맞춤형 돌봄을 설계하는 자리다.
삶을 지탱하는 돌봄
우천면 달빛마을의 1944년생 조복덕 씨는 중증요양 2등급으로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딸 신영희 씨는 "의료적인 판단은 어렵지만 방문의료가 시작된 이후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참여 보호자의 69.8%가 통합돌봄 이후 부양 부담이 줄었다고 답해, 가족들의 부담 경감에도 기여하고 있다. 통합돌봄은 단순 치료를 넘어 어르신들이 집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돌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맞춤형 운영의 과제
농어촌 지역은 가구 간 거리가 멀어 의료진이 하루에 방문할 수 있는 가구 수가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교통비와 운영비 부담이 크고, 의료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횡성군은 간호사가 직접 방문하고 의사는 화상 진료를 하는 비대면 진료 도입 등 새로운 방식을 시도 중이다. 권혁남 횡성군 통합돌봄팀장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운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돌봄 방식의 근본적 전환
3월 27일 본사업 시행을 앞둔 통합돌봄은 병원을 찾아가는 대신 돌봄이 집으로 찾아오는 새로운 돌봄 체계를 구축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통합돌봄은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책임지는 새로운 돌봄체계"라고 밝혔다. 산골 할머니가 달력에 방문 날짜를 표시하며 기다리고, 딸이 방문의료 덕분에 마음을 놓는 모습은 통합돌봄 정책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