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까지 켜진 돌봄센터, 아이들의 안전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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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게까지 켜진 돌봄센터, 아이들의 안전한 저녁

밤 늦게까지 불 밝힌 돌봄센터, 아이들의 안전한 쉼터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지역아동센터 2층에서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에도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12세 김미자 학생이 서툰 손가락으로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하며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엄마가 식당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밤 10시 30분까지 이곳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공부하며 안전하게 지내는 모습이다.

야간 연장돌봄 사업, 전국 본격 시행

2025년 부산 아파트 화재로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 이후, 정부는 2025년 9월 국무총리 주재 현안점검회의를 통해 야간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범부처 대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26년 1월 5일부터 전국에서 '야간 연장돌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보건복지부는 기존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운영하던 방과 후 마을돌봄시설의 운영 시간을 야간까지 연장하여 맞벌이 가정, 야간 근무자, 경조사 등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가정의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17개 시·도 지원단과 협력해 운영 지원과 사업 관리를 담당한다.

전국 5500여 개 마을돌봄시설 중 343개소가 참여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A형과 밤 12시까지 운영하는 B형으로 구분된다. 전국 대표번호(1522-1318)를 통해 거주 지역 인근 돌봄시설과 신속히 연결할 수 있다. 평소 시설을 이용하지 않던 가정도 이용 2시간 전까지 신청하면 6세부터 12세 아동을 맡길 수 있으며, 불가피한 경우 미취학 아동도 제한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함께하는 저녁, 아이들의 성장 공간

서울지역아동센터는 2008년 개소 이래 19년간 지역 아이들을 돌보며, 밤 12시까지 운영하는 B형 참여기관 중 하나다. 정원 35명에 긴급돌봄 5명을 포함해 총 40명이 이용 중이며, 기초수급자 가정, 한부모, 다문화, 장애 아동 등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한다.

오후 8시부터 9시 사이에는 피아노, 우쿨렐레 등 원하는 악기 수업이 진행되고, 9시 이후에는 학습 시간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문해력 교재나 영어 단어 카드를 활용해 공부하며, 학습 후에는 휴대전화 없이 책 읽기, TV 시청, 보드게임 등으로 자유 시간을 보낸다. 이 모습은 일반 가정의 저녁과 다르지 않다.

박혜신 센터장, 아이들의 시간을 돌보다

40년 이상의 아동교육 경력을 가진 박혜신 센터장은 "야간연장돌봄 사업의 본래 취지는 아이들의 안전한 돌봄이지만, 저는 아이들의 '시간'까지 돌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모가 집에서 돌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센터가 부모 역할을 대신해 아이들의 저녁 시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력 운영의 어려움도 솔직히 털어놓으며, "구조적으로 인력 충원이 쉽지 않지만 최근 청년 복지인력 신청이 가능해져 반갑다"고 전했다. 또한 KB금융그룹 후원으로 휴식 공간을 새단장해 아이들이 K-POP 댄스를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었다.

야간돌봄이 바꾼 엄마의 퇴근길

피아노 연주를 마친 미자 양은 "집보다 덜 무서워서 좋아요.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고, 피아노 연습도 마음껏 할 수 있어 집에서 혼자 핸드폰 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어머니 최영매 씨는 "늦은 시간에도 마음 놓고 퇴근할 수 있어 좋고, 아이도 밝아졌다"며 "사진전, 합창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가 여러 경험을 쌓는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돌봄 공백 메우는 야간연장돌봄, 안정적 운영 과제 남아

사업 시작 후 4개월간 밤 8시 이후 이용 아동 수는 누적 4만 7000명에 달하며, 하루 평균 1273명의 아동이 돌봄 공백을 채웠다. 기존 이용자가 야간까지 연장한 경우가 97.8%를 차지하고, 긴급 상황 신규 이용도 1016명에 이르러 제도의 필요성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시설 환경 개선, 안정적 인력 확충, 운영비 지원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밤 10시 30분, 미자 양의 어머니가 센터 문을 열고 아이를 데려간다. 어두운 골목길을 나서는 모녀의 뒷모습 위로 건물 2층의 불빛이 따뜻하게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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