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와 양자역학, 동전의 뒷면이 던진 질문

아르메니아에서 맞이한 조용한 새해
2026년 새해를 아르메니아에서 맞이했다. 아르메니아는 남코카서스에 위치한 인구 약 300만 명의 작은 나라로, 튀르키예, 이란, 아제르바이잔, 조지아와 인접해 있다. 필자는 예레반국립대학에서 초빙교수로 2월까지 머물며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학 게스트하우스에서 맞은 새해는 매우 조용했다. 다른 외국인 손님들은 모두 떠나고 나 혼자만 남아 있었다. 직원들도 새해 연휴 동안 열쇠 꾸러미를 맡긴 채 집으로 돌아갔다. 3층 건물의 텅 빈 게스트하우스와 눈 쌓인 학교는 고요함을 더했다. 친구들의 초대도 있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했다. 멀리 떨어진 평행우주에 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오랜만에 혼자만의 평화로운 새해를 보내는 마음이 편안했다.
각국의 다양한 새해 풍습
아르메니아의 공식 새해는 1월 1일이지만,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전통에서는 1월 6일 성탄절을 새해처럼 기념한다. 아르메니아는 301년경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가 공식 종교로 채택한 나라다.
한편, 에티오피아는 매년 9월 11일(윤년에는 9월 12일)을 새해로 맞이한다. 이는 우기가 끝나고 땅이 다시 살아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에티오피아력은 13개월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레고리력보다 7~8년 정도 뒤처져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2026년을 살 때 에티오피아는 2018년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새해는 각 나라의 달력과 전통에 따라 다르게 도착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축복하는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새해가 던지는 마음의 질문과 양자역학
새해는 우리에게 동전의 뒷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준다. 동전의 뒷면에는 미뤄둔 일, 미련, 변화에 대한 두려움 등 마음속 관성이 숨어 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이 관성은 뉴턴의 관성 법칙처럼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마음에는 관성이 존재할까?
이러한 머뭇거림은 양자역학적으로 '중첩' 상태로 표현할 수 있다. 중첩은 서로 배타적이지만 동시에 가능한 여러 상태가 겹쳐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마음도 양자처럼 파동과 같아,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여러 가능성 사이를 떠돌며 현실과 간섭하려 노력한다.
슈뢰딩거와 양자역학의 삶의 교훈
고전역학의 뉴턴이 운동 법칙을 세웠다면, 양자역학에서는 에르빈 슈뢰딩거가 파동역학을 창시했다. 그는 1926년 전자의 운동을 확률적 파동함수로 설명하는 방정식을 발표했고, 1933년 폴 디랙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은 관측이 현실 상태를 바꾼다는 양자역학의 난제를 보여준다.
슈뢰딩거의 방정식은 현실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가능성의 파동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우리의 삶에서도 결심은 측정되기 전까지는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며, 선택하는 순간 현실이 한 방향으로 굳어진다.
새해 결심과 확률의 꼬리
필자는 올해 미뤄왔던 그림 그리기를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림은 억눌린 본능이 아니라 고독의 그림자와도 같았다. 성공의 기준은 남이 아닌 스스로 만족하는 그림을 그리는 데 있다. 그 확률은 희박할지라도 꿈 같은 가능성은 존재한다.
확률이론에서 '확률의 꼬리'란 매우 낮지만 0은 아닌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 꼬리의 확률이라도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마지막 기회를 붙잡으려 한다.
눈 내리는 아르메니아와 새해의 의미
아르메니아에는 올해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매일 쌓이는 눈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인상파의 그림 같다. 눈길을 걸으며 동전의 뒷면에 또 어떤 의미가 놓여 있는지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