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경제에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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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경제에 봄바람

남해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경제에 봄바람

경남 남해군 창선면의 한 국숫집에서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착카드'를 내민다. '착카드'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된 카드형 지역사랑상품권이다. 이은경 사장은 "기본소득 카드 사용이 시작된 이후 매출이 약 30% 늘었다"며 "가게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어촌 주민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다.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시범사업 기간 동안 경남 남해를 비롯해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등 10개 군 주민은 매달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는다.

남해로컬푸드 직매장은 기본소득으로 인한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공간이다. 370여 농가가 참여하는 이 직매장은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지역 유통 거점 역할을 한다. 황은경 남해군 먹거리지원팀장은 "농민들이 기본소득을 받은 뒤 매장을 다시 찾아 소비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받은 소득이 다시 지역에서 쓰이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3월 31일과 4월 1일 사이, 기본소득 지급과 특가 할인 행사로 직매장 일매출은 평소의 두 배를 넘는 약 719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급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고, 다시 생산자의 소득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효과는 개인을 넘어 지역 공동체로 확장되고 있다. 남해군 내동천 '바람개비 마을'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공동체 사업이 기본소득을 계기로 더욱 활성화됐다. 68가구 104명의 주민 중 70% 이상이 고령층이지만, 최근 귀촌인 10세대가 정착하며 마을에 활기가 돌고 있다.

주민들은 재활용 페트병으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마을을 꾸미고, 주민 교류 공간인 '바람개비 학교'를 운영한다. 기본소득을 기반으로 마을 돌봄 서비스 모델도 구상 중이다. 반찬과 음료, 수공예품 판매 수익으로 돌봄 공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동면 정거마을에서는 '뽀빠이 거리조성'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남해 대표 농산물인 시금치를 주제로, 비어 있던 점포 10여 곳을 다기능 마켓으로 전환해 일상과 관광 소비를 동시에 유도한다. 소포장 농수산물과 반찬, 생활필수품, 시금치를 활용한 식음료와 기념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최상록 이장은 "골목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점포를 귀촌·귀어 청년들에게 넘겨 빈 점포 활성화와 인구 유입을 동시에 이루겠다"고 밝혔다. 안성필 남해군 인구청년정책단장은 "기본소득이 단기간에 지역을 획기적으로 바꾸진 않지만, 공동체 활성화에 추진력을 주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사용처 제한 문제도 제기된다. 창선면 70대 주민은 "면 단위에서는 기본소득 사용처가 많지 않아 외식이나 생필품 구매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읍·면별 생활 동선과 소비 상권을 고려한 사용처 조정이 필요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지역 내 소비와 생산이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농어촌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남해군에서 나타난 변화는 이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급된 소득이 이웃의 소득이 되고, 다시 나의 희망으로 돌아오는 구조. 농어촌 기본소득은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에 새로운 봄을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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