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딛고 세계 정상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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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딛고 세계 정상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

휠체어 딛고 세계 정상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

2020년 5월, 충북 진천의 한 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차 안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가 타고 있었다. 원래라면 미국 커티스음악원 졸업식에 참석했어야 할 날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에 머물던 그는 그날 이후 2년 가까이 병상에 누워야 했다. 여섯 차례의 수술을 견디며 생사의 고비를 넘겼고, 결국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

입원 기간 중 임현재는 단 한 번 바이올린을 집어 들었지만, 만족할 만한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후 바이올린을 멀리했고, 음악 듣는 것조차 괴로워하며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조립식 장난감을 맞추며 체온이 40도까지 오르는 날에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퇴원 후에는 아이들을 위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무인 문방구도 운영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바이올린이 남긴 빈자리를 채우려 했지만, 좌절감도 컸다. 결국 음악을 떠날 수 없었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시 바이올린을 잡았다.

사고 이전의 기량을 되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몸을 곧게 세우는 훈련을 매일 2~3시간씩 하며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2024년 KBS한전음악콩쿠르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같은 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와 2025년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준결선에 진출했고, 2025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26년 1월에는 엘마 올리베이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정상에 올랐다. 최근에는 영국 클래식 FM이 선정한 '30세 이하 라이징 스타 30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임현재는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올라가는 기분"이라며, "공백기가 없었더라도 윤이상콩쿠르나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 준결선 진출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이어 우승까지 하게 된 것은 큰 의미라고 덧붙였다.

무대에 다시 선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연주를 잘하는 것보다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다고 한다. 몸을 숙이거나 넘어질까 두려웠고, 윤이상콩쿠르 본선 진출 소식도 반갑지 않았다. 오랫동안 단절된 삶을 살다가 다시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바이올린은 하체의 힘이 중요한 악기다. 발에서 나오는 힘으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임현재는 "악마의 악기"라 불리는 바이올린을 지금의 몸으로 연주하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다른 근육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상하려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기립근과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며 코어 힘을 키우고 있다. 의사들은 휠체어 생활 가능성을 언급하지만, 그는 단정 짓지 않고 있다.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음악과 삶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악을 억지로 밀어냈던 자신을 돌아보며, "현재를 살아라"에서 "현재를 즐겨라"로 모토가 바뀌었다고 한다. 매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자신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연주 역시 선택의 연속이며,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성숙하게 고민하고 있다.

임현재는 일곱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2012년 커티스음악원에 입학했고, 2018년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 3위에 입상하는 등 일찍부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바이올린은 그의 일상이자 당연한 존재였다. 사고로 음악과 떨어져 지내면서 음악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처음으로 돌아보게 됐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해,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사회의 모습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이러한 경험은 곡 해석에도 깊이를 더하고 있다.

연습의 반복과 발전의 한계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음악에는 끝이 없다는 점을 이제는 좋아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연주할 수 있고, 그 나이만의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 무대를 꼽았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특별한 정서와 곡이 품은 고독과 내면의 힘이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닮았다고 느꼈다. 음악적으로 몰입했던 무대였다.

많은 이들이 임현재를 극복과 도전의 상징으로 본다. 그는 힘든 시간을 다시 겪고 싶지 않지만, 사연보다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악으로 울림을 만들고, 연주를 통해 누군가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을 주는 것이 음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앞으로 좋은 연주자는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사람이라며, 청중과 진심으로 교감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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