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유묵 일본서 환수 첫 공개

안중근 의사 유묵 일본서 환수 첫 공개
광복절을 앞둔 8월 13일, 서울 덕수궁 중명전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가 일본에서 환수된 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이 유묵은 1910년 2월 중국 뤼순감옥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안 의사가 국제법의 무력함에 대한 깊은 회의를 담아 쓴 작품이다.
‘만국공법불여대포’는 '만국공법, 즉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는 뜻으로, 당시 국제법이 현실에서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안 의사가 절실히 느낀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은 종이에 제작되었으며, 크기는 세로 196.8cm, 가로 44.8cm, 화면 크기는 세로 135.4cm, 가로 32.3cm에 달한다.
유묵 왼쪽 하단에는 안중근 의사의 상징인 손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고, 그 위에는 '경술삼월 어려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書)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1910년 3월 26일 순국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남긴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서체는 행서를 기본으로 하면서 해서와 초서를 혼용한 형태로, 힘 있고 일필휘지로 쓴 여덟 글자에서 안 의사 특유의 강한 필세가 돋보인다. 특히 ‘萬’ 자를 초서로 쓴 점은 안 의사만의 독특한 서체 방식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황금백만냥불여일교자’ 유묵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전문가들은 필획 처리, 자형 구성, 운필 속도 등 서풍 전반에서 기존 안 의사의 작품과 높은 유사성을 보이며, 손도장 일치로 진본임을 확신했다. 또한 뒷면에 적힌 묵서를 통해 최초 소장자와 전승 경로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어 역사적 가치가 크다.
묵서에는 1910년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부터 사형 집행까지의 경과, 최초 소장자, 유묵을 표구하고 보존한 이유, 표구한 소장자에 관한 기록이 담겨 있다. 당시 뤼순감옥 형무소장 구리하라 사다키치가 소장했으며, 이후 스스로를 ‘평문광생 뇌협일인’이라 밝힌 인물이 유묵을 전해받아 보존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유묵 환수는 지난해 5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현지 협력망을 통해 존재를 처음 확인한 뒤, 국가유산청의 행정 지원과 국외재단의 면밀한 조사 및 협상을 거쳐 같은 해 11월 국내로 반입하는 데 성공했다.
공개 행사에서는 2022년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의사의 또 다른 유묵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도 함께 선보였다. 이 작품은 1910년 3월 뤼순감옥 간수과장 기요타에게 쓴 것으로, ‘날마다 고상하고 청아한 말을 소통하던 분’이라는 뜻을 담아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과 인애 정신을 보여준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광복절을 앞둔 뜻깊은 시점에 안중근 의사의 독립과 평화에 대한 열정을 생생히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께 공개하게 되어 매우 의미가 크다”며 “이번 공개가 선열들의 광복 염원과 헌신을 되새기고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국가유산청과 협력해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환수해 국민과 그 가치를 널리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환수 사업은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