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법 위반, 206건 적발

쿠팡 노동법 위반 의혹을 살핀 정부 감독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을 포함해 모두 206건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61건은 사법처리하고 145건에는 총 19억 6000여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감독 과정에서 산재 발생 사실을 숨긴 정황이 드러난 사안은 별도 수사 대상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10월 22일 쿠팡 계열사의 산업재해 은폐와 불법 파견 등 노동관계법 위반 의혹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산재 은폐 등과 관련해 접수된 고발 사건의 수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 기획감독은 산업안전 분야와 근로기준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산업 현장의 안전조치와 산재 보고 여부뿐 아니라 성과향상프로그램 운영, 퇴사자 명단 활용, 계열사 간 업무 지휘 관계도 각각 확인했다.
산업안전 분야 105개소 감독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105개소를 감독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을 적발했다. 61건은 사법처리하고 144건은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분류했다.
과태료는 감독 대상 1개소당 평균 1800여만 원으로, 전체 규모는 약 19억 6000여만 원이다. 산업안전 관련 위반 사항의 성격에 따라 수사와 과태료 처분을 구분해 조치할 예정이다.
산재 은폐 정황은 수사 착수
감독에서는 산재 발생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해당 사안을 범죄로 인지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합의금 지급 등을 통해 노동자가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도록 한 사례가 포함됐다. 관리자가 면담을 진행해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게 한 뒤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도 수사 대상이 됐다.
산업재해조사표는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관할 노동관서에 제출해야 한다. 감독 결과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늦게 제출한 사례가 25건 확인됐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약 1억 7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안전조치와 건강관리 위반 178건
산재 은폐와 미보고 외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178건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조치 위반 59건은 범죄로 인지해 수사할 계획이다.
주요 사례는 컨베이어에 필요한 방호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와 지게차 접촉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다. 작업 과정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직접 연결되는 설비·동선 관리 사항이 포함됐다.
나머지 119건에는 약 17억 8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야간노동 등에 필요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사례, 휴게시설을 제대로 설치하거나 관리하지 않은 사례 등이 확인됐다.
2024년 권고 이행 여부도 확인
노동부는 이번 감독에서 2024년 쿠팡로지스틱스 근로감독 당시 제시한 노동자 건강보호 권고사항이 현장에서 이행됐는지도 살폈다.
쿠팡 계열사는 차량과 작업자의 동선을 분리하고 물품 분류 자동화 설비와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일부 권고사항을 이행했다. 다만 아직 이행하지 않은 사항도 함께 확인됐다.
성과향상프로그램 취업규칙에 빠져
근로기준 분야에서는 취업규칙을 작성하지 않은 법 위반 사항 1건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시정을 지시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해고 제한 위반 의혹과 관련해서는 쿠팡이 성과향상프로그램 대상자를 선정해 운영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를 해고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아 해고 제한과 관련한 법 위반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성과향상프로그램은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제도이므로 주요 내용을 취업규칙에 작성하고 신고해야 한다. 쿠팡은 이를 취업규칙에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해당 사항에 대한 시정지시와 과태료 부과를 예고했다. 프로그램이 노동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운영 방안과 단계별 이의제기 절차를 두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퇴사자 명단 외부 공유는 확인 안 돼
취업방해금지 위반 의혹에 대한 감독에서는 과거 쿠팡이 일부 퇴사자의 명단을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명단은 ‘심사숙고 고려대상자 리스트’로 불렸으며 채용 과정의 참고자료로 활용됐다.
하지만 다른 회사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해당 명단을 외부에 공유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취업방해금지와 관련한 법 위반은 발견되지 않았다.
불법 파견도 인정되지 않아
파견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감독이 이뤄졌다. 조사 결과 쿠팡과 쿠팡로지스틱스는 각자 소속 노동자에게 노선을 배정하고 업무를 배치하는 등 각각 지휘·명령을 하고 있었다.
두 회사가 배송하는 상품도 명확히 구분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이러한 업무 구조를 토대로 쿠팡이 쿠팡로지스틱스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불법 파견은 인정하지 않았다.
2020년 대구센터 사망 사건 수사
노동부는 쿠팡풀필먼트 대구센터 소속으로 2020년 10월 사망한 고 장모 씨와 관련한 고발 사건도 수사했다. 고발장에는 당시 산재 발생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 등이 담겼다.
수사 결과 당시 쿠팡 대표이사가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해 고인이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의 부적절한 지시를 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
다만 노동부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점 등을 고려하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공소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계획이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된 산재 은폐 의혹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번 감독 과정에서 별도로 확인된 산재 은폐 정황 역시 범죄인지 절차를 거쳐 수사가 진행된다.
물류센터 감독 계속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감독을 계기로 확인된 다수의 법 위반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쿠팡이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로와 야간노동, 과중한 업무강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존중하는 경영방침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그동안 쿠팡 외 다른 물류센터에서도 다수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확인된 만큼 물류센터 전반을 대상으로 지도와 감독을 지속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