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부활한 교외선, 무궁화호의 낭만 여행
21년 만에 다시 달리는 교외선, 추억과 낭만을 싣고
2025년 1월 11일, 서울 외곽을 달리던 교외선이 21년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 2004년 4월 운행 중단 이후 오랜 기다림 끝에 부활한 교외선은 경기 북부 지역의 대중교통과 관광을 다시 책임지며 첫날부터 만석을 기록했다. 특히 과거의 감성을 살린 '뉴스탤지어' 콘셉트의 무궁화호 열차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디젤기관차의 매력과 교외선 첫차 체험
2월 7일 새벽, 경기 고양시 대곡역에서 출발하는 교외선 의정부행 첫차를 타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대곡역에서 의정부역까지 30.5km 구간을 하루 8회 운행하며, 소요 시간은 약 50분, 요금은 2600원이다. 대곡역은 GTX-A, 수도권 전철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과 교외선이 만나는 복합 환승역으로, 교외선 재개통을 알리는 안내판과 유도선이 승객을 안내한다.
출발 대기 중인 무궁화호 열차는 노란색과 갈색, 초록색의 레트로 디자인으로 '춘식이 열차'라는 별명도 얻었다. 열차 내부는 무궁화호 특유의 덜컹거림과 진동이 느껴져 고속열차와는 다른 낭만을 선사한다. 평일 첫차임에도 불구하고 승객들로 가득 찼으며, 출근길 직장인부터 가족 단위 여행객, 혼자 추억 여행을 즐기는 이들까지 다양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BTS 뮤직비디오 촬영지 일영역과 교외선의 특별한 풍경
교외선은 원릉역, 일영역, 장흥역, 송추역을 거쳐 의정부역까지 이어진다. 특히 일영역은 BTS의 '봄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하며, 현재 리모델링 중인 역사는 박물관으로 변신해 옛 열차 간식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일영역은 교외선 유일의 복선 구간으로, 상행과 하행 열차가 교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특별한 풍경을 자아낸다.
차창 밖 풍경은 숲과 계곡, 논밭에서 점차 도시의 고층 건물과 아파트로 변하며, 의정부역에 도착할 때쯤이면 한 시간가량의 여유로운 여행이 완성된다. 차로 30분 거리지만, 무궁화호 열차만의 여유와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교외선 인근 명소와 문화예술 체험
교외선 재개통과 함께 정차역 주변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장흥역 인근은 가나아트파크,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등 문화예술체험특구로,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가족 나들이에 적합하다. 특히 가나아트파크는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의 전신으로,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과 야외 조각공원이 인상적이다.
의정부역 주변은 음악과 미술 특화 도서관이 자리해 도서관 투어를 즐기기에 좋다. 송추역은 맛집과 카페가 즐비해 미식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교외선 재개통의 역사와 앞으로의 전망
교외선은 1961년 개통 이후 경기 북부를 동서로 연결하며 관광과 여객, 화물 운송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80~90년대에는 대학생들의 MT 코스로 인기가 높았으나, 서울외곽순환도로 개통과 GTX-A 도입 등으로 이용객이 감소해 2004년 여객 운행이 중단됐다.
주민들의 운행 재개 요구에 따라 고양시, 양주시, 의정부시와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이 협력해 2021년 8월 재개통을 결정했다. 이후 497억 원을 투입해 38개월간 선로와 시설을 보수하며 안전성을 강화했고, 2025년 1월 11일 운행을 재개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하루 8회인 운행 횟수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