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지원 복지, 별도 신청 없이 지급

자동 지원 복지 전환을 비롯해 주택 공급, 일자리 안정, 포용금융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정책에 정부 역량이 집중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10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성장의 성과가 국민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려면 양극화와 불평등을 줄이는 일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높이고 일부 기업이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 사이의 소득 격차와 순자산 격차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청년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를 방치하면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어렵게 열어 가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도 오래 유지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의 속도만큼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주택 일자리 포용금융에 정책 역량 집중
정부가 중점적으로 다룰 3대 핵심 사회정책은 주택 공급과 일자리 안정, 포용금융이다. 이 대통령은 이들 정책이 국민 생활의 기반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토대라고 설명했다.
각 부처에는 선언적인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시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발굴해 속도감 있게 실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장 사업과 사회정책을 별개의 과제로 보지 않고 서로 맞물려 성과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대전환이 불러올 사회·경제적 변화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기술 변화가 산업과 고용, 국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살피면서 소득과 주거, 의료, 돌봄, 교육 등 삶 전반을 아우르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격차 완화를 동전의 양면으로 규정했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고 성장의 온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함께 사는 대한민국이 완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가 먼저 찾아 지급하는 복지로 전환
복지정책의 중심은 국민이 직접 신청해야 지원받는 방식에서 국가가 대상자를 찾아 지원하는 방식으로 옮겨간다. 그동안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신청할 시간과 여유가 부족해 필요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도움을 요청한 뒤에야 국가가 움직이는 기존 신청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활용해 지원 자격을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한 국민을 먼저 찾아내는 체계로 복지의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복지 신청주의 개선 6법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처리된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정부가 이미 보유한 정보만으로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급여는 별도 신청 절차 없이 지급할 수 있게 된다.
복지는 국가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관계부처에는 하위법령을 정비하고 기관 사이의 협업 체계를 갖춰 위기가구를 빠짐없이 찾아 지원할 수 있도록 세부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하라고 주문했다.
북극항로 시험운항 이후 과제
북극항로 시험운항 성과를 부산과 동남권의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제시됐다. 북극항로 시험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부산으로 돌아온 가운데, 국내 컨테이너 선박이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을 왕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 대통령은 설명했다.
이번 운항을 세계 해운과 물류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북극항로 개척에 한 걸음 다가선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한 차례의 성공만으로 사업성을 확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속적인 시험운항을 통해 실제 항해 자료를 축적하고 항로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속 과제로는 쇄빙 능력을 갖춘 선박의 확보와 보험·금융 등 연관 산업에 대한 지원이 제시됐다. 부산항 기반시설 확충과 가덕 신공항 건설, 철도 물류망 정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위험을 세계 물류 재편을 주도할 기회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부산과 동남권이 국가 균형발전을 이끄는 해양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관계성 범죄는 초기부터 접근 차단
스토킹과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에 대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더욱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관계성 범죄 피해 사건과 관련해 사전에 위험 징후가 있었는데도 안일한 대처로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언급했다.
관계당국에는 사건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진상을 신속하게 밝히라고 당부했다. 관계성 범죄는 다시 발생할 위험이 크고 더 중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초기에 위험을 정확히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험성이 확인되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신속히 동원해 가해자의 접근을 실질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법과 제도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체 없이 개선하라고도 주문했다.
국익을 중심에 둔 실용 외교
외교와 통상정책의 원칙으로는 실용적 국익 외교를 다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자주적인 독립국가인 만큼 외교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대한민국의 국익이어야 하며, 국익을 당당하게 지키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 간 관계에서 굴종적이거나 사대적인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의 축으로서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한편, 주변 강국들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대한민국을 위한 책임감과 애정을 바탕으로 문제를 조정하고 타협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외 협상을 맡은 산업통상부와 외교 분야 관계자들의 노고를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국민 편의와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액 체납과 노동자 인권침해 엄정 처리
조세 정의와 사회 정의를 확립하기 위한 엄정한 법 집행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국세청이 15년 동안 약 4000억 원의 세금을 체납하고 재산을 해외에 숨긴 업체로부터 1000억 원을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3000억 원에 대해서도 담보를 확보한 사례를 언급했다.
해당 대응을 평가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행위가 습관이 되고 오히려 이익이 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액·상습 체납에는 책임을 분명히 묻고 조세 부담의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다.
노동자에게 위험성이 있는 약물을 다른 주사라고 속여 투여했다는 사례에도 엄정한 조치를 주문했다.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이자 천부적 인권을 누리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실관계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사고 자살 범죄 사망 최소화
자살 사망자 감소와 관련해서는 범정부 대책의 성과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사람의 삶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와 자살, 범죄 등으로 목숨을 잃는 국민을 최소화하는 일은 국가가 수행해야 할 가장 큰 의무라고 강조했다.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뿐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책을 국정 운영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이번 국무회의 발언은 성장 정책과 사회안전망을 함께 작동시키겠다는 정부의 방향을 구체화한 것으로 정리된다. 주택과 일자리, 금융의 안정성을 높이고 복지 대상자를 국가가 먼저 찾아 지원하는 한편, 물류 기반 확대와 국익 중심 외교, 관계성 범죄 예방, 조세 정의와 노동 인권 보호까지 국민 생활 전반의 과제를 함께 챙기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