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기본계획, 2030년 18.9명

자살예방기본계획이 국가와 지역사회가 위기 신호를 먼저 찾아내고 치료·복지·경제 지원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재편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을 2024년 29.1명보다 33.3% 낮은 18.9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2026년 10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계획은 기존 대책을 통합·조정·보완하고 자살예방법에 따른 법정 기본계획으로 격상한 것이다.
2030년 목표는 자살률 18.9명 이하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7.8명으로, 2024년 29.1명보다 낮아졌다. 2025년 10월 이후에는 자살률이 전년 같은 달보다 계속 감소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2026년 1월부터 7월까지 자살 사망자는 7,43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8,475명과 비교하면 1,043명, 12.3% 감소한 규모다. 정부는 이런 감소 흐름을 바탕으로 2024년 자살률을 기준으로 삼아 2030년까지 33.3%를 낮추는 목표를 정했다.
목표 설정 과정에서는 자살률이 높았던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실제 감축 사례를 고려했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016년 27.3명에서 2021년 18.5명으로 32.2% 감소했다. 정부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등의 경험을 종합해 국내 목표치를 18.9명 이하로 제시했다.
법정 기본계획으로 정책 책임 명확화
정부는 2025년 9월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을 마련해 정책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가 출범했다. 이어 2026년 6월부터 9월까지 기본계획의 핵심이 되는 9대 분야 대책을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제6차 기본계획은 그동안 마련된 분야별 대책을 하나의 법정계획으로 묶었다. 비전은 ‘생명보호가 기본인 사회, 든든한 기본으로 완성하는 생명존중 대한민국’이다. 기존 9대 분야 대책은 5대 전략으로 재배치했으며, 정신건강 치료와 인공지능·데이터 활용처럼 기존 대책에 충분히 포함되지 않았던 분야의 과제도 추가했다.
법정계획으로 격상되면서 중앙부처의 장과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른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시행 결과를 매년 평가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연결해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국가자살대응실과 지역 안전망
첫 번째 전략인 ‘생명지킴 안전망’은 자살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가와 지역사회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필요한 치료와 보호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정부는 국가자살대응실을 설치해 자살시도 발생 상황을 국가 차원에서 확인하고 지역의 대응 상황을 관리·지원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인력과 의료기관도 늘린다.
| 지원 항목 | 현재 | 확대 계획 |
|---|---|---|
| 자살예방센터 평균 인력 | 센터당 5명 | 센터당 7.1명 |
|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 14개 | 17개 |
|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 93개소 | 103개소 |
| 자살시도자 치료비 한도 | 100만 원 | 150만 원 |
| 응급입원료 지원 상한 | 450만 원 | 600만 원 |
정신응급 분야를 필수의료로 지정하고 병상을 확충하는 방안도 계획에 담겼다. 고위험군을 치료하는 거점의료기관을 지정하고 난치성 우울증 치료의 보장성을 높이는 한편, 가족상담과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을 확대한다.
도움을 기다리지 않고 위험 먼저 발견
두 번째 전략인 ‘적극적 발굴·예방’은 위기에 놓인 사람이 기관을 직접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관계기관이 위험 신호를 먼저 확인하고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신의료기관과 자살예방센터 사이의 고위험군 의뢰와 연계를 확대한다. 자살시도자 가운데 서비스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지속적인 설득과 관리를 이어갈 방안을 마련한다. 위기가구 통합발굴플랫폼도 활용해 자살위험군을 찾아내고 필요한 기관과 연결한다.
자살 관련 정보의 수집 방식도 세분화한다. 현재 정신 문제, 경제 문제, 질병 문제, 가정 문제 등 7가지로 단순화된 자살동기 분류를 27개로 확대한다. 수집된 정보는 건강보험 자료와 사회보장급여 수급 이력 등 여러 데이터와 결합해 분석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춘다.
인공지능으로 지역별 위험 예측
정부는 특정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살위험을 예측하고 지역별 자살 동향을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예방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위험 흐름을 분석해 예방정책과 현장 대응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상담일지 작성과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처럼 사람이 직접 수행해 온 업무에도 인공지능을 보조적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자살예방 전문인력이 상담과 사례관리 등 본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채무 빈곤 고립 돌봄까지 정책 대상
세 번째 전략인 ‘구조적 근본 원인 해소’는 채무·빈곤·고립·돌봄처럼 자살위험을 높이는 사회·경제적 요인을 주요 정책 대상으로 다룬다.
과도한 채무 부담을 겪는 국민이 구제와 지원 제도를 한 번에 안내받고 연계될 수 있도록 통합 채무상담 체계를 운영한다.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특화 금융상품 제공 등 지원 범위도 넓힌다.
중위소득 인상과 자살고위험군 긴급생계비 지원을 비롯해 생애주기별 고립 예방과 돌봄 정책도 확대한다. 가족휴가, 주야간 보호, 돌봄휴직 확대 등을 통해 가족이 떠안는 돌봄 부담을 줄이고 사회안전망을 보완한다.
대상별 위험경로에 맞춘 통합 지원
네 번째 전략인 ‘맞춤·통합형 자살예방정책’은 학생·청소년, 범죄피해자, 특수직군, 자살유족 등 대상별 특성과 위험경로를 고려해 예방·치료·복지서비스를 함께 연결하는 내용이다.
- 학생과 청소년 분야에서는 경쟁·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질문과 토론 중심의 수업문화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한다.
- 학생마음건강 실태조사를 토대로 정신건강 위험을 파악하고 필요한 대책을 세운다.
- 범죄피해자에 대해서는 수사 전 과정에서 위험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연계한다.
- 경찰·해경·소방·군인·병역의무자에게는 직무 특성을 고려한 예방·진단·치료 지원을 제공한다.
- 자살유족 원스톱 지원을 확대해 유족이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한 시기에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지역별 성과 평가와 재정지원 연계
마지막 전략인 ‘국가·사회 책임 강화’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민간이 책임을 나누는 지역 중심 예방체계를 세우는 내용이다.
정부는 자살예방 이행계획을 통해 지자체별 자살률과 예방 노력을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효과가 확인된 사례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우수기관에는 포상과 재정적 지원을 연계한다. 민간과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업 체계도 정책의 한 축으로 삼는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위기 발생 뒤의 대응에 머물지 않고 위험 신호의 조기 발견, 정신건강 치료, 경제·복지 지원, 지역별 책임 체계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정부가 매년 시행계획을 세우고 평가받도록 해 국가 자살예방정책의 실행력을 높일 방침이다.
민간 전문성과 현장 경험 반영
정부는 이날 회의에 앞서 제4기 자살예방정책위원회 민간위원을 새로 위촉했다. 민간위원은 의료·언론·법률·사회복지·심리·민간협력·자살유족·청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로 구성됐다.
민간위원들은 각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자살예방정책의 전문성과 현장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는 지역별 자살사망 동향과 지자체의 정책 성과를 살피고, 효과가 확인된 사례를 확산하는 과정에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